안녕하세요.

저는 KUMU 과정을 수료한 강*예라고 합니다.

재학 중에 가끔 이 졸업생 게시판에 들어와 보곤 했는데 여기에 제가 글을 올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지도해주신 교수님들, 그리고 첫 학기부터 지금까지 쭉 스터디를 같이해온 스터디원 들 덕분입니다. 영어 스터디는 찾을 수 있지만 통번역 스터디는 사회에서 찾기가 힘든데 스터디를 하며 통번역에 대한 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졸업 후 스터디원들과 다 같이 통역을 나갔을 때는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서로 많은 의지도 되었습니다. 스터디원끼리 취업 정보도 공유하고, 통역이나 번역이 잘 안 풀릴 땐 응원과 위로도 하고 스터디 이상의, 여러모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꼭 마음 맞는 동기들을 찾으셔서 스터디하시고 서로 오래도록 좋은 인연이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얼마 전 SK실트론에 통번역사로 입사했습니다. 취업 후기는 입사 전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걸 이라고 생각이 드는 걸 위주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사정이 된다면 수도권/지방 가리지 않고 지원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구글 검색이나 잡서치를 위한 사이트는 교수님이 알려주시기도 하고, 이미 잘 알고 계실 수 도 있고, 희망하는 지역이 따로 있으면 사람 인이나 잡 코리아 같은 사이트에서 '00(지역이름) 통역' 이렇게 검색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내가 희망하는 지역의 통역 업무를 좀 더 직접적으로 빠르게 찾을 수 있고, 지방에 지원하시는 경우 수도권보다 경쟁률이 낮기 때문에 합격률이 올라갑니다.

희망하는 회사가 따로 있다면 회사의 사업 분야와 관련하여 심도 있는 공부를 해두시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통번역은 분야가 많지만 공기업이 아닌 일반 사기업의 경우 통번역을 구하는 분야는 주로 전자/반도체 등의 분야로 좁혀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보통 저와 같은 뼛속부터 문과 생이 많기 때문에 시장에서 원하는 통역 분야와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이런 사실에 더해서 업계에서 통 번역해야 하는 내용은 굉장히 전문적입니다. 수업 시간에 가끔 다루는 과학기술 분야의 난이도가 아니라 전문용어와 약어가 난무하는 정말 전문적인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현직에 종사하시는 전문가분들의 이해도와 통역사의 이해도를 감안하면 통역사의 영어 실력도 의미가 없습니다. 현직에 계신 전문가분들의 분야 이해도에 대비해 통역사의 이해도가 0이라면 영어 실력이 100이라도 상쇄되고 맙니다. 뭘 알아야 통역을 하니까요. 게다가 현직에 계시는 전문가분들이 영어를 전혀 못 하시는 것도 아니고, 듣기도 90%는 이해하시는데 남은 10%와 소통을 위해 통역사를 고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전문성과 이해도에 남은 10%를 채우는 통역사가 되어야 합니다.

저도 이 사실을 입사 전에는 몰랐고, 입사 후에도 이런 고민을 일주일 내내 할 정도로 고충이 있었기 때문에 후배 분들이 미리 알고 계시면 좋겠다는 생각에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분야의 회사에 지원해보는 것도 좋지만, 특히 관심 있는 분야나 내가 조금 미흡하다는 생각이 드는 분야가 있다면 정말 파고들 정도로 미리 공부해 두시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그게 꼭 통역이나 영어 공부가 아니더라도 해당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이 있다면 이후 입사하시고 통번역업무를 하시는 데 훨씬 도움이 되실 겁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기술 번역 수업의 중요성입니다. 모든 수업이 중요하지만 기술 번역 수업의 경우 '내가 이걸 쓰겠어? 배우기도 복잡한데 그냥 안 쓰고 번역하지' 라는 생각으로 건성으로 수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프로그램 수업을 들은 이후로 쭉 프로그램을 쓰고 있었지만, 입사 후에 전문용어들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Trados 였습니다. 일반적인 글이나 기사 번역의 경우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도 번역이 가능할지 몰라도, 이런 한 분야에 특화된 회사에 인하우스로 일하시거나, 번역을 직업으로 하실 생각이라면 번역 프로그램이 정말 유용하고 꼭 필요합니다. 수업 때만큼 이라도 잘 수강 하셔서 훗날 번역을 훨씬 빠르고 편하게 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 내 실력에 좌절감이 들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찾아올 테니 학업 중이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신 모든 분 힘내시길 바랍니다!

글을 마치며, 친절하게 피드백 주시고 오류를 잡아주신 교수님들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스터디에 참석하지 못한 적이 많은데도 지금까지 저와 같이 스터디를 유지해주고 때때로 응원과 위로를 아끼지 않는 동기 분 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