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글로벌화…더빙·번역 업계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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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29 08:22 수정 2021.06.29 08:5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한국 콘텐츠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소셜 미디어와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가 유효했다. OTT 플랫폼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편리함을 가져다줬을 뿐 아니라, 좋은 콘텐츠는 문화와 시대를 막론하고 통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보여줬다.

 

특히 OTT의 글로벌화로 인해 더빙, 번역 등 국내 콘텐츠 생태계 성장의 연쇄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한때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더빙 업계는 국내에서 제작된 한국 콘텐츠를 전세계 언어로 더빙하고, 반대로 다양한 외국 콘텐츠를 한국어로 더빙하는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번역, 자막, 더빙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유노(IYUNO)는 넷플릭스와 함께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유노는 2002년 한국에서 영상번역 사업을 시작했으나 한국어 번역 시장의 규모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2010년경 싱가포르로 회사를 옮겨 다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2015년부터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2019년까지 5년간 매년 5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현재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상하이, 타이완 등 전 세계에 37개 오피스와 24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에 비해 한국 지사는 스튜디오 등 시설면에서도 소규모로 운영되었으나, 2018년부터 넷플릭스와 협업하며 당시 77명이었던 한국지사는 현재 150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넷플릭스와의 초기 파트너십 기간에는 10 개국 언어로 더빙을 진행했으나, 현재는 60개국 이상의 언어로 더빙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했다.

 

아이유노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영상번역 시장의 수준의 급격히 향상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번역가와 성우 등 관련 업계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더빙 프로덕션인 애드원(AdOne)은 미국 내 주요 스튜디오에 콘텐츠 더빙 및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넷플릭스와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으며 최근 마포에 두 번째 스튜디오 시설을 확충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웨이브는 해외 진출 서비스를 더욱 원활하게 하기 위해 영상을 7개의 개별 언어로 서비스해, 자동번역, 자동 더빙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화로 1인치의 장벽을 넘기 위한 노력들이 한류 확산은 물론, 국내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한정적인 반경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한 번역가는 "후방 효과로 인해 업계 활기가 돌고 있는 것은 전체적인 흐름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면서도 "이름있는 번역가나 업체들 위주로 일이 우선 순위가 돌아가기 때문에 중소 기업이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번역가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업체에서 고용하는 직원 수가 늘어나 이제 번역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기회가 더 생겼지만, 맞닿아 있는 업체 소속이 아닌 활동 중인 프리랜서들은 크게 체감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