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2014년에 졸업한 서*우라고 합니다. 제가 재학할 당시에는 졸업생 분들의 활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아쉬웠던 기억이 있었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그런 공백을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드려봅니다. 앞서 여러 훌륭하신 졸업생 분들의 좋은 성공담들이 소개되어있는데요, 저는 그와는 달리 (실패 아닌) 실패담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KUMU 시절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부분은 통번역에 대한 흥미를 점차 잃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신감은 떨어지는 느낌이었고 진로를 잘못 선택했다는 좌절감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이미 시작한 길이고 졸업 후 상황은 다를 수도 있다’는 기대 하나로 학업을 지속했습니다. 맥쿼리대학교에서는 보험의 일종으로 국제관계학 복수전공도 하였습니다.
졸업 전 우려와는 달리 (대부분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취직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구직 한 달 만에 합격한 첫 직장은 한국전력공사 계열사인 ‘한전KPS’였습니다. 원자력발전소 내에서 UAE 협력 관련 통번역업무를 주로 맡았는데요, 첫 직장치고는 비교적 높은 급여에 만족하며 다녔지만 통번역 업무 자체는 단순하고 기계적이었습니다. 통번역에 대한 흥미는 더욱 반감되었고 업무에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와중에 프로젝트팀이 해산되면서 결국 2년이 안 되는 시점에 퇴사를 했습니다. 통번역이 아닌 다른 업무를 중심으로 구직활동을 시도했지만 석사학위와 수년에 걸쳐 개인적으로 쌓아온 통번역 경험 이외에는 딱히 내세울 것이 없던 저로서는 다시금 통번역 시장에 눈을 돌리는 수밖에는 길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선택하게 된 다음 직장이 현재 영문에디터로 근무 중인 ‘환경부’입니다. 영문에디터라는 직책명은 많은 정부기관에서 통용되고 있지만 업무 자체는 부서에 따라 다양하다는 것을 주변 분들과의 경험 공유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업무 비율이 장관 및 고위직 통역 5%, 번역 35%, 나머지 60%는 일반 국제 업무입니다. 담당 사무관의 업무를 지원하면서 실질적인 협력 업무를 주로 맡고 있고, 때때로 국제회의에서 국가 대표발언, 그룹회의 의장 역할 등 중요한 임무까지 수행하면서 비교적 높은 만족감을 느끼며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국제 업무 경험을 통해 후에 국제기구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고 이 같은 새로운 목표로 인해 다시 예전의 열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낍니다.
통번역은 분명 쉽지 않은 공부입니다. 재미를 느껴도 어려운데, 저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에 오는 그 회의감은 겪어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 “결국 길은 있더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통번역 분야는 제2의 기회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좋은 밑바탕을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하신다면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국가 대표발언 中>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통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