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KU-MU 졸업생 박*진입니다.


저의 취업 준비 및 취업 후 이야기를 동문들과 나눠보고자 합니다.


저는 KU-MU 입학 전 통번역 실무 경험이 전혀 없었고 호주에서 Practicum으로 하게 된 봉사활동 하나와 TED.com 자막 번역 한 번이 제 이력서를 차지하는 유일한 경험이자 경력이었습니다.


다음은 저의 취업 준비 및 면접 과정과 각 회사/기관에서의 제 업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졸업 후 첫번째 인하우스직 면접 후기 및 근무 환경

졸업 후 두번째 인하우스직 면접 후기 및 근무 환경


1. 삼성중공업

처음으로 연락이 온 회사는 삼성중공업이었습니다. 면접 통보를 받은 후 약 일주일 가량 면접 준비기간이 있었던 저는 통역 수업시간에 다뤘던 연설문과 스터디를 하며 모아둔 자료 위주로 통역 연습을 했습니다.

면접은 인성면접과 기술면접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인성면접은 제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면접위원들이 제 가치관과 학교생활, 성격의 장단점 등에 관해 질문을 했고 제 대답에 따라 추가적인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기술면접은 동시통역과 번역 시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통역시험은 대표이사 연설문이었습니다. 면접위원이 녹음한 음성을 이어폰을 꽂고 들으며 동시통역을 했습니다. 속도가 상당히 빨랐으며 수업시간에 연습하던 친절한 속도를 기대하면 안됩니다. 그 당시에는 글로서리가 주어졌습니다. 번역은 A4 반 페이지 정도 분량의 계약서 형식의 글로 한영, 영한 모두 비슷한 분량이었습니다.

무사히 면접을 마치고 다음날 바로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호주에서 돌아온 지 한달이 채 안되던 시기에 접한 소식이라 매우 기뻤습니다. 그렇게 통번역사로 첫 커리어를 삼성중공업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삼성중공업에서는 1년을 일했습니다. 전사 통번역 업무를 ‘통번역지원부서’에서 하게 되었습니다.대부분의 회의 통역 지원은 동시통역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대기업 답게(?) 통역 장비가 갖추어 져 있어서 처음 장비를 접했을 때 상당히 긴장되고 설렜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회의 자료를 미리 받고 공부할 시간이 있었던 경우는 좀 나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매번 “일단 시작하고 보자”란 심정으로 회의를 들어갔고 참담한 기분을 느끼며 사무실로 돌아온 기억도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에는 선임 통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선임 통역사의 통역 퍼포먼스와 번역 방법, 수준 등을 열심히 배우고 따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공업에서의 첫 커리어는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업무 관련 능숙도 뿐만 아니라 겸손함을 끊임없이 배우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번역 업무 역시 통역만큼 주제가 다양했습니다. 여러 부서에서 의뢰를 하기 때문에 회의자료 번역부터 교육자료, 발표자료, 보도자료, 서약서, 이메일 등등 “이게 바로 실전이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업무량과 범위였습니다.

1년이 채워지고 재계약을 고민하던 시기에 결국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조선업이라는 맥락보다 좀 더 내가 이해하기 쉬운 산업군을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2. 조달청

개인적으로 공공기관 이력서와 자소서는 준비 과정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자유형식’이라고는 하지만 ‘반드시’ 포함해야 할 내용들을 정해진 분량 내에 조리 있게 채워야 했습니다. 이전에 작성한 자소서로는 커버가 되지 않아 다시 새롭게 작성을 했는데 큰 주제를 3~4개 정도 정하고 그 안에 요구하는 항목들을 넣었습니다.

조달청 면접은 대전 청사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번역 시험을 먼저 치뤘는데 A4 두 장 분량의 기고문을 30분이란 시간 안에 번역(한영)해야 했습니다. 최대한 고민하는 시간 없이 써내려 가는 것을 목표로 번역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 후 바로 인성면접과 기술면접(통역)을 봤습니다. 역시나 자소서 기반 질문이 많았고 특히 ‘조직’ 내에서 얼마나 내가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알아보려는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상사와 의견이 다를 때는? 상사가 옳지 않은/원치 않는 업무 지시를 내릴 때는? 이전 회사에서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면 그 대처 방법은? 등등이 지금도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이렇게 질문들을 끝내고 순차 통역을 바로 시키셨습니다. 연설문이었고 세 꼭지 정도로 분량도 많지 않았습니다.

고생했다는 면접위원들의 말을 끝으로 대전을 떠났고 얼마 후 합격 통보를 받아 바로 입사를 했습니다.

조달청에서의 업무는 삼성중공업과 많이 다릅니다. 통번역은 제 업무 중 하나이고 국제협력과라는 이름 답게 국제 협력에 필요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통역보다는 번역위주이고 중공업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부서에서 의뢰하는 문서를 번역하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조달청에서는 제가 직접 뭔가를 작성하기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원문이 있는 글을 번역만 해봐서 처음엔 상당히 어색했습니다. 외국 기관에 보내는 서한 작성이 특히 어려웠고 이메일도 쉽지 않았는데 처음엔 몇 줄 되지도 않는 이메일을 수정하고 수정하느라 정말 오래도 붙잡고 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이직 준비를 하며 조달청을 알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조달청이 이 정도로 선진 사례로 외국에 소개가 되는지도 이곳에 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조달청을 찾는 외국 사절단들도 꽤 오는데 사절단 응대 준비도 맡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업무는 바로 출장입니다. 중공업에선 출장 갈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조달청에는 9월 중순에 입사했는데 12월 중순이 지난 지금 세 번의 출장을 다녀왔고 그 중 한번은 국외 출장이었습니다.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다 보니 지루하지는 않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 다녀온 출장은 OECD와 ADB (스터디로 준비한 연설문에서 많이 등장하는 기관들이라 혼자 너무 반가웠습니다)가 주최하는 시설사업 반부패 컨퍼런스였는데 조달청에서 초청된 분의 업무 지원을 위해 저도 따라갔습니다. 그런 국제회의에 참석도 해보고 마냥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통 번역 업무 외의 일도 할 수 있는 곳에서 근무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동문분들이 계시다면 공공기관의 협력과를 지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인하우스 기관에서 이제 3개월을 지냈기 때문에 제가 통번역사로서 사기업과 공공기관 중 어디가 더 낫다 라고 는 아직 말씀 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올리는 이 글이 선후배님들과 동기분들에게 아직 경험하지 않으신 기업과 기관에 대한 정보가 되어 본인에게 더 맞는 직장을 찾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가오는 연말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