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KUMU 선후배 여러분, 그리고 항상 제자들을 아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교수님들, 

25기 졸업생 김*아입니다.

 

저는 2016년 가을학기에 KUMU 과정을 시작해 Macquarie 대학교에서 Advanced T&I 과정을 이수한 후 한국에 돌아와 현재 삼성전자 R&D에 있는 Next ERP T/F 팀에서 인하우스 통번역사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곳은 삼성전자 전사가 사용하고 있는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T/F 팀으로, 삼성전자, 삼성SDS, SAP 및 기타 컨설팅 회사에서 차출된 인력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의 주요 업무는 파견 나와있는 외국인 직원들(SAP)과의 회의에서 사용되는 문서와 전 세계 해외 법인에 전달되는 공문 및 자료 번역입니다 (99.9% 한→영).

 

삼성전자에서 사용하고 있는 ERP는 약 10개의 모듈 (재무, 원가, 마케팅, BI, 판매, 구매, 생산, 물류, 기준정보, 공통지원 등)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는 모든 모듈의 문서를 커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공부해야 할 부분이 엄청나게 많지만 SDS 소속 통번역사분들과 업무를 분담하기 때문에 업무량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가 이곳에 지원했을 때 다른 곳과 달랐던 점은, 인성 면접 시 번역 및 통역 시험을 보지 않고 면접 2일 전에 파견사를 통해 실제 업무에서 사용되는 문서 일부와 해외 법인에 보낼 공문을 미리 번역해오도록 시킨 것이었습니다. 미리 집에서 번역해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받아본 문서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 밤을 새워 번역을 하고 면접에 갔었습니다. 번역 결과물은 면접을 진행하신 부장님의 메일로 보냈었고, 결과를 통보받기 까지는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면접 봤던 삼성전자 다른 부서들은 면접 당일 번역/통역(순차/동시)/시역 등을 시켰었습니다. 난이도는 수업 시간 다루는 텍스트와 유사.)

 

지금 공부를 하고 계신 후배님들, 고민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졸업하고 취업은 할 수 있을까? 내 실력이 너무 부족하지는 않은 걸까? 모두 다 저와 동기들, 선배님들이 했던 고민입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한다고 여러분들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여러분들의 피 땀 흘린 노력이 언젠가 좋은 결과를 맺을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니 호주에 가서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여행도 많이 하시고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약 1년 반 동안 호주에 머물면서 NSW주 곳곳을 여행 했었고 골드코스트, 멜버른과 뉴질랜드 북섬, 남섬을 다녀왔습니다. 저 말고도 다른 지역을 여행하고 온 선후배님들이 정말 많았는데, 다들 여행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만드셨다고 하니 여유가 되신다면 꼭 다녀와 보시길 바랍니다. (맛있는 음식도 많이 드세요^^)

 

혹시 호주에서 공부하면서 통번역 일도 해보고 싶으시다면 호주나라, Gumtree 사이트 및 Macquarie T&I Practicum 수업을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 같은 경우엔 위의 사이트를 통해 방학 기간 동안 Sydney City에 있는 사무실에서 약 한 달 정도 통번역사/Office All-rounder로 일을 했었고, 에이전시를 통해 한국에서 출장 오신 분들의 수행 통역을 했었습니다. 그 밖에도 Sydney KOTRA에서 무역 박람회 통역, 귀국 바로 직전에는 약 5주간 마케팅 팀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당시엔 선후배님들이 KOTRA 무역 박람회 때 통역일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참고로 저는 호주 가기 전까지 통번역 실무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니 후배님들도 너무 겁먹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통번역사의 길을 가기까지 정말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주셨던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 통역 수업을 들었을 때 수업 시작부터 끝나는 시간까지 손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던 저였는데, 이렇게 졸업 후 취업 후기를 쓰게 되니 감회가 정말 새롭습니다. 모든 것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교수님들의 가르침 덕분이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리며, 앞으로 KUMU의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